W.제이치(blog.naver.com/jae_ch) - 2차 수정을 금합니다! *루시드 드림(자각몽) : 꿈속에서 꿈을 자신의 마음대로 조종하는 것* 오늘도 난 너를 꿈꾼다 내 안에 나만의 세계가 펼쳐진다. Start. (focus on 종현) 민호와 나의 방에 어둠이 찾아왔다. 불을 켜면, 충분히 밝아질 수 있었지만, 불을 모두 다 끈 채 어둠이 좀 더 짙게 스며들길 기다렸다. "형 자?" "응... 불 켜지마." "알았어.." 어둠속에서 부스럭 거리는 민호의 움직임이 느껴졌다. 다른 멤버들은 빡빡한 스케줄을 소화해 내느라 고단했는지, 모두 일찍 잠들었다. 따라서 밖에선 날 방해할 수 있는 아주 조그마한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 방엔 오직 나와 민호만이 있었으며, 난 오직 민호의 소리만을 들을 수 있었다. 민호의 움직임소리, 숨소리, 발걸음 소리까지.. 모두... 날 배려하려는 듯, 최대한 숨죽이며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것도 다 느껴졌다. 하루종일 이 순간만을 기다려왔다. 희미한 달빛 한줄기밖에 없는 짙은 어둠속에서, 민호와 나. 이렇게 단 둘이 있는 순간을.. 이제 준비를 시작했다. 나만의 세계로 들어갈 준비를.... 바로.. 루시드 드림을 위한 준비를.. 넌 먼저 침대에 누워서 온 몸에 힘을 뺐다. 가장 편한 자세로 누워서 몸을 축- 늘여뜨렸다. 몸이 나른해 짐을 느끼며, 점점 정신이 아득해 지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바로 정신을 놓아버리면 안된다. 난 민호의 움직임 소리를 잡아내려고 애를 썼다.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미묘하게 내 귓가로 파고들었다. 더불어 미세한 숨소리도.. 그 소리를 더 잡아내려고 애쓰는 사이에, 몸은 스스로 모든 준비를 마쳤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나지 않을 정도로,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생각은 멀쩡히 할 수 있었으나, 머리는 점차 몽롱해졌다. 귓가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왔다. 기차가 지나가는 소리같기도 하고, 비명소리 같기도 했다. 아니, 어쩌면 또다른 나의 목소리 일 수 도 있다. 어떤 것이든 엄청난 소음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오직 나한테만 들리는 것이며, 하나의 준비 과정임을 알고있다. 이미 수십, 아니 수백번 반복했던 일이므로.. 소음때문에 더이상 민호의 소리를 들을 순 없었다. 하지만, 그 움직임은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소음이 작아지며, 머릿속이 온통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럴수록 민호의 모습이 뚜렷해 지고 있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음을 알았다. 난 마지막으로 나른한 숨을 내밷고는 깊이조차 잴 수 없는 거대한 블랙홀의 소용돌이 속에 날 맡곁다. . . . 『 "뭐야. 왜이렇게 늦게왔어." 눈부신 햇빛이 쏟아지는 창문을 등지고 있는 민호가 내 눈을 마주하며 말을 걸어왔다. 기분좋은 저음의 민호 목소리를 통해 오늘도 성공했음을 알 수 있었다. "미안.. 그치만 오늘따라 너가 샤워를 늦게하는 바람에 늦은거야." "훗.. 나 보고싶었어?" "..당연한거 아냐?" 난 민호에게 다가갔다. 늘 꿈꿔왔던 나만의 민호는 날 따스하게 품에 안는다. 난 얇은 티셔츠 아래로 단단한 민호의 몸을 느끼며, 그의 몸을 꼭- 껴안았다. 내가 민호의 품에 더 파고들자, 민호가 기분 좋은듯 낮게 웃으며, 내 뒷통수를 끌어당겨서 자신의 가슴팍에 기대게 했다. 민호의 가슴에 얼굴을 편하게 대고, 가슴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을 가만히 느꼈다. 행복했다. 민호의 가슴께에서 숨을 천천히 들이쉬고 내쉬기를 반복하길 몇분.. 별안간 민호가 자신의 품에서 날 조금 떼어냈다. 난 떨리는 눈동자를 들어서 민호의 까만 눈동자와 마주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민호는 눈동자가 깊었다. 그 속으로 빠질 것만 같았다. 아니, 이미 빠졌을지도 모른다. 이젠 하루의 대부분을 이 눈동자의 주인을 생각하며 보내니깐.. 한참을 내 눈만 바라보던 민호는, 곧 내 턱을 조심스레 잡았다. 마치 유리잔을 받치듯이, 떨어뜨릴까봐 조심스럽게 턱을 감싸는 민호에 두 눈을 살며시 감았다. 내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민호의 살짝 가파진 숨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워 진다 생각하고 있을때, 민호의 뜨거운 숨결이 내 입술에 내려앉았다. 뒤이어, 입술에 말캉하고도 촉촉한 것이 닿았다. 난 민호가 하는대로 가만히 있었다. 한참을 가만히 입술만 대고 서로의 숨결을 느꼈다. 그러다, 서로의 숨소리에 익숙해졌을 때 쯤, 민호가 내 입술 위에서 자신의 입술을 살짝 벌렸다. 나도 마찬가지로 내 입술을 살며시 벌렸다. 연결된 통로로 뜨겁고도 부드러운, 민호의 혀가 침범해 들어왔다. 조금은 거칠게 파고들어온 혀에, 나도 그제서야 혀를 내어 같이 거칠게 엉키었다. 서로의 타액이 섞이었고, 차마 다 삼키지 못한 누구 것일지 모를 타액이 내 입가를 지나, 턱을 타고 흘려내렸다. 하지만, 우리 둘 중 어느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더 자극을 받아서 좀더 거칠게 서로의 입술을 탐하였다. 민호가 내 아랫입술을 강하게 빨아들임과 동시에 내 티셔츠를 위로 말아올렸다. 가슴에 차가운 공기가 와닿자마자 민호가 입술을 떼었다. 난 자연스럽게 양 팔을 위로 들어올렸다. 그러자, 내 얇은 티가 위로 벗겨졌다. 찬 공기에 몸에 오소소 소름이 돋자, 민호가 나를 감싸고 창문으로 밀어붙였다. 등에는 차가운 창문이 닿았고, 앞에는 민호의 따뜻한 상체가 닿아있었다. 난 양 손으로 창틀을 짚고 몸을 지탱했다. 그리고 나서 민호의 눈을 바라보자, 그 무언의 신호를 알아들은 민호가 내 몸을 가리고 있던 나머지 갑갑한 것들을 모두 벗겨내었다. 민호가 내 허리를 감싸며 내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리웠어." "....나도." 하루종일 너만 생각했는걸. 말안해도 안다는 듯, 웃으며 내 이마에 가볍에 입을 맞춘 민호는 곧 자신의 옷가지도 전부 몸에서 떼내었다. 그리고 허리를 살짝 굽혀서 내 쇄골에 입술을 묻었다. 민호의 혀가 내 쇄골을 간지럽 힌다 싶었더니, 곧바로 입술로 강하게 빨아들였다. 난 민호의 움직임을 편하게 해주려고 고개를 반대쪽으로 돌렸다. 창밖의 풍경이 보였다. 시리도록 파란 하늘이 보였으며, 내 마음처럼 둥둥떠다니는 새하얀 솜털같은 구름도 보였다. 그 아래로 작고도 깊은 울창한 숲이 보였으며, 간간히 새소리도 들려왔다. 이것이 나만의 세계였다. 아무것도 우릴 방해하지 않는 평화로운 세계.. 창문으로는 햇빛이 여전히 빛추어 들어와, 우리를 감쌌다. 지나치게 낭만적이었다. 창문에 몸을 더 기대며 눈을 살며시 감았다. 그리곤 이 행복감을 만끽했다. 한참을 내 쇄골과 가슴에 입술을 묻고 있던 민호는, 곧이어 여전히 배려 깊은 몸짓으로 내 한쪽 다리를 천천히 들어올렸다. 난 창틀에 좀더 체중을 실으며 민호에 맞추어 가만히 다리를 들어올렸다. 내 한쪽 다리가 민호의 어깨위에 걸쳐졌다. 허벅지가 조금 땡기는 듯한 느낌은 들었지만, 전혀 아프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이건 꿈이니깐.. 내가 생각에 잠긴 사이, 민호가 날 처다보는 느낌이 들어서 감았던 눈을 살며시 떠보았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민호는 그대로 힘을 실어서 자신을 내 안으로 밀어넣었다. "흐읏..!! 미..민호..야..!" "후으- 종현이형-" "으..응.." "나랑.. 할땐.. 다른생각 하지마." "흐응..! 아..알았어.." "허억..그리고.. 형.." "읏..왜.." "나..형..좋아해.." "..나도..." 항상 바래왔던 고백이었다. 이젠 내가 원한다면 수백만 번도 더 들을 수 있었다. 내 안에 가득 들어찬 민호가 느껴졌으나, 전혀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안타까웠다. 고통이 있더라도 진찌로 민호와 함께였음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통 대신에 뜨거운 열기만이 가득 느껴졌다. 등에 닿아있는 차가운 유리창도 뜨겁게 물들어 갔다. 행위가 짙어져 갈수록 공기가 눅눅해지고, 열기가 더해져 갔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나만의 민호와 함께니깐.. 반복적인 행위의 절정을 맞이했음을 깨달음과 동시에 안에서 따뜻함이 퍼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민호가 내 입술을 덮었다. 난 그 입술을 받으며 깊은 여운을 느꼈다. 그 달콤한 여운은 아쉽게도 오래가지 못했다. 귓가에 희미한 대화소리가 들려왔다. 종현이형 안깨워? 지금 태민이 씻고 있으니깐 어차피 나올때까지 조금 더 기다려야돼. 아, 그럼 조금만 더 있다 깨우자.. 요즘 계속 피곤해 했잖아. 그래, 그러자. 이제 민호와 함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민호야.. 기다릴꺼지?" "당연하지. 기다릴 테니깐 빨리와. 오늘은 너무 아쉬웠어." "응.. 나 갈께." 민호가 해어지기 싫다는 듯 날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민호가 날 안았던 손을 푸름과 동시에 모든것이 다 사라져 버렸다.』 . . . . . "어? 종현이형 깼네?" 기범의 목소리다. 난 눈을 뜨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눈을 깜빡이며 민호의 침대를 돌아보았다. 민호는 거실에 있는지 보이지 않았다. "형! 태민이 나오면 바로 씻어야 돼! 형만 준비하면 되거든!" 난 기범을 돌아보며 고개를 대충 끄덕였다. 피곤함이 하나도 가시질 않았다. 하지만 어쩔 수 가 없었다. 루시드드림은 깨어있는 상태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거의 밤을 샌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난 피곤했지만 행복했다. 행복하면 된거다.. 이젠 이 피곤함도 익숙해져 갔다. 몇달을 반복해 왔으니깐.. 아직도 꿈에서의 여운이 채 가지 않아서 마른세수를 했다. 그때 문가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날 밤새 설레게 했던.. "형. 나날이 다크서클이 진해지는 거 알아?" "........." 대답을 해줄 수가 없었다. 이게 다 너 때문이라고, 너 때문에 잠을 푹 자지 못해서 그런다는 말이 목구멍에서 막혀서 나오지 않았다. 다만 힘없이 한번 웃어보였다. 항상 행복감에 가득 젖어 꿈에서 깰 때에는 늘 죄책감이 동반되었다. 비록 꿈이긴 하지만 내가 민호를 대상으로 대체 밤새 무슨 상상을 한건지.. 후회가 되었다.. "하아..." 작게 한숨을 내쉬는 나를 가만히 지켜보던 민호는 곧 몸을 빙글 돌려서 다시 거실로 향했다. 벌컥- "다 씻었었다! 종현이 형 빨리 씻어!" 태민의 밝은 목소리에 침대에서 내려와서 섰다. 하지만 다리에 힘이 하나도 안들어가서 곧 주저앉고 말았다. 다행히도 기범은 민호를 따라 거실로 나가서 아무도 보지 못했다. 꿈이었는데도, 너무 현실적이어서 가끔 이상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아직도 몽정을 한다는 것.. 물론 가끔이긴 하지만.. 이제는 요령이 생겨서 참을 수 있었지만, 처음 루시드 드림을 시작했을 땐, 몽정도 자주 하고 그래서 민망한 상황이 많이 생겼었다. 물론 잘 숨겨서 들킨 것 같진 않지만.. 난 침대를 짚고 일어서서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애써 숨기며 욕실로 향했다. 뿌연 수증기를 가르고 안으로 들어가려던 찰나, 눈치빠른 진기형이 물었다. "종현아? 어디 아파? 요즘 계속 피곤해 보이더니.. 오늘은 좀 심각한데.. 좀 쉴래?" 난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혼자 숙소에 있으면 민호를 못보니깐.. 고개를 젓고 욕실 안으로 들어가는 나를 걱정스럽게 지켜보는 진기형의 눈빛이 느껴졌지만, 다리에 더욱 힘을 주며 안으로 들어와서 문을 잠구었다. "하아.." 사실 아까부터 참고있었다. 그런 꿈을 꾸었는데도 멀쩡할리가 없다. 손으로 흥분한 것을 슬슬 풀면서 이젠 자연스럽게 머리로는 민호생각을 했다. 하지만.. 밀려드는 죄책감과 자괴감은 어쩔 수가 없었다. 차갑고 매끄러운 욕실 벽에 등을 대고 주륵- 미끄러져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전히 손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자꾸만 민호의 얼굴이 어른거렸다. 지워내고 싶은데, 거부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하아.. 한숨으로 신음을 삼켜내었다. 빠르게 끝내고 나서, 다시 한숨을 내쉬는데 노크소리가 들렸다. "형! 빨리나와! 매니저형 거의 다왔대!" "알았어." 발랄한 태민의 목소리를 들으며 정신을 추스리고는 샤워를 마저 끝냈다. 그리고 거울을 보며 최면을 걸듯 말했다. 김종현.. 제발 정신 차리자.. 여긴 현실이야. . . . 연습실에 도착하고나서 두시간동안 쉬지않고 연습을 했다. 원래 연습할 때는 다 접어두고 연습에만 몰두하는데, 오늘따라 집중이 되질 않았다. 곁눈질로 민호를 자꾸만 보게되고, 심지어는 거울에 비치는 내 모습이 아닌 민호의 모습에 시선이 더 많이 갔다. "김종현! 너 똑바로 안해? 지금 실수를 몇번이나 했는지 알아?!" "하아..하아.. 미안.. 다시하자." 연습할 땐 늘 냉철하고 날카로워지는 진기형이 결국은 소리를 질렀다. 순간 멤버들 한테 미안함이 몰려왔다. 나때문에 연습이 조금씩 늦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니깐.. "후우.. 컨디션 안좋으면 쉬던가." "됬어. 빨리 시작해." 내 말에 곧바로 연습이 다시 시작 되었다. 태민이와 기범이가 날 걱정스레 쳐다보는 것이 보여서 괜찮다는 듯 웃어주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민호를 돌아보았다. 그 순간 민호와 눈이 딱 마주쳤다. 민호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다. 난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이상하게 호흡이 더 가빠졌고, 머리가 울렸다. 그 상태에서 타이틀 곡 연습을 수십번 반복을 했더니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애써 티를 안내려고 노력을 했다. 자꾸만 무너져 내리려는 다리에 힘을 주고, 며칠 째 잠을 제대로 못자서 몽롱해진 머리를 추스리며 그렇게 연습했다. 몸이 고단해 지면 마음이 조금이나마 정리되지 않을까 싶었다. 땀이 온몸을 적셔가는 것이 느껴졌다. 다른 멤버들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진기형이 마지막으로 한번만 더 하고 쉬자는 말에 나도 정신을 차리고 내 위치에 섰다. 그리고 아까부터 보지 않으려고 애썼던 쪽으로 나도 모르게 눈을 돌렸다. 민호와 눈이 딱 마주치는 순간, 매일 꿔왔던 꿈이 떠올랐다. 고개를 흔들었다. 그걸 지금 생각해 내면 안된다. 하지만 꿈에서의 민호의 웃는 얼굴과 현재 걱정스레 날 바라보고 있는 민호의 얼굴이 자꾸만 겹쳐보였다. 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순간 머리가 핑- 돌면서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어지러움과 메스꺼움이 몰려왔다. 동시에 쌓였던 피로까지 몰려오는 듯 했다. 점점 정신이 아득해 져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난 멤버들의 외침을 뒤로하고 그대로 무의식의 세계에 정신을 맡겨버렸다. . . . . (focus on 민호) "종현아!!!" "종현이형!!!!" "형!!!!" 진기형과 태민이, 기범이가 거의 동시에 종현형을 불렀다. 난 놀라라긴 했지만 조만간 형이 이렇게 쓰러져 버릴걸 예상하고 있었다. 바보같이.. 혼자서 꿈꾸기만 하면 욕망이 채워질거라고 생각한 형이 바보였다. 그리고 이건 형이 몇달간 지속해온 바보같은 행동에 대한 결과이다. 알고 있었다. 형이 잠을 제대로 안잔 다는 것을. 그리고 그 이유가 나 때문이라는 것을.. 처음엔, 내가 먼저 잠들면 형이 잠든 내 얼굴을 가만히 보곤 했었다. 그때부터 형이 날 좋아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달 쯤 전 부터 갑자기 형은 자다 깨서 날 보는 것을 멈추었다. 난 형이 자신의 마음을 접었다고 생각하며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또 한편으로는 아쉬웠다. 매일 고백은 안하고 자는 내 얼굴만 보는 형이 귀엽기도 하고, 또 바보같아서 계속 지켜보고 싶었기에.. 그런데, 그때 이후로 형이 나날이 피곤해 하는것이 보였으며, 특히 아침에 정신을 못차리곤 했다. 일찍 잠들었는데도, 밤을 꼬박 샌 사람처럼 다크서클도 짙어지고, 점점 수척해 지는 형 때문에 다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렇게 형이 이상하게 피곤해 한지 또 몇주가 지났다. 난 그제서야 내 생각이 완벽하게 틀렸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도 어김없이 종현이 형은 내가 자기도 전에 먼저 잠들었다. 나도 잘라고 누웠는데, 잠이 안와서 한참을 뒤척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형 침대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흐응...." ........?! 분명 신음소리였다. 형이 아픈건줄 알고 재빨리 종현이 형 침대로 가서 끝에 걸터앉고, 얼굴을 살폈다. 진짜로 어디가 아픈 것 마냥 얼굴이 붉어져 있었고, 땀을 흘리고 있었다. 걱정이 되서 불을 켜기위해 일어나는 순간.. 형이 내밷은 말에 온몸이 경직되고 말았다. "민호야..흐으ㅅ.." 분명히 내 이름이었다. 형 입에서 신음과 함께 새어나온 내이름.. 어떻게 해석을 해야할 지 막막했다. 하지만, 얼굴을 붉힌채 내 이름을 부르는 형은 너무도 자극적이어서 내 생각의 회로도 막아버렸다. 결국엔, 또 지켜보기만 했다. 내가 어떻게 해줘야 할지 아직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리고 끝내는 이렇게 쓰러져 버리고만 형이다. 내 안에서 꾹꾹 눌러 참던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이제 그만 형을 도와줄때가 되었다고.. 아니, 사실은 형을 향한 나의 마음도 솔직하게 드러내도 된다고.. 형을 저대로 두었다간 더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아니, 사실 나도 어느정도 안달이 나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거의 매일 반복되던 형의 신음을 들으며 얼마나 참아왔는지 모른다. 처음엔 그냥 같은 그룹 멤버인 형, 그 다음엔 때론 시니컬 하고 때론 아이러니하게도 귀여운 형, 그 다음엔 날 좋아하는데 말도 못하는 바보같은 형.. 그 다음엔.. 자꾸만 욕심이 들게 하는 형.. 그저 풀지 못한 욕구때문인 줄만 알았다. 형때문이 아니라 내가 많이 참아서 그런거라고 위로하며 혼자서라도 욕구를 풀기위해 별별짓도 다 했다. 하지만.. 깨달았다. 형 입에서 나온 내 이름이 아니면.. 형의 소리가 아니면, 아무것도 날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그걸 깨닫기 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하지만.. 고백을 하지 않은건.. 두려웠기 때문이다. 형에대한 내 마음이 깨질까봐.. 혹은, 나에대한 형의 마음이 깨질까봐.. 하지만 이젠 알것같다. 고백해서 나한테 충격주는 것이 미안해서, 자신의 잠까지 포기해 가며 날 꿈꿔왔던 형의 심정을.. 형이 자면서 내 이름을 부를때 마다, 내 마음에 자리잡은 형도 조금씩 커져갔다. 그리고 오늘, 형이 쓰러지고 나서야 형이 이미 내 안을 가득히 메우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후욱-"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준비가 된 것 같았다. 형에게 내 마음을 보여줄 준비가.. 다른 멤버들 한테는, 5명 다 빠질 순 없으니깐 내가 형을 볼테니, 라디오 스케줄을 하고 오라고 했다. 다른 멤버들이 미안해하고 또 고마워 하면서 스케줄을 떠났다. 오히려 고마워 할 쪽은 나였다. 이제 저녁까지 숙소에는 나와 형밖에 없으니깐.. . . . . . (focus on 종현) 머리에서 느껴지는 차가운 감촉에 눈을 번쩍 떴다. 손을 올려보니 손가락에 물수건이 닿아왔다. 놀라서 주변을 둘러보고 나서야 숙소라는 것을 깨달았다. 결국엔 몸이 못버티고 쓰러진 것임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창문을 보니 곧 해가 질 모양인지 하늘이 붉어져 있었다. 나때문에 스케줄에 차질이 생긴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이 다들 오늘 스케줄인 라디오랑 방송을 하러 갔는지 방안엔 나밖에 없었다. 난 안도하며 아까부터 느껴진 타는 듯한 갈증에, 물이라도 마시려고 부엌으로 나갔다. .......!! 놀라서 아무말도 못하고 입만 뻥긋거렸다. 사실 놀랄 일도 아니었다. 우리 숙소에 민호가 있는 것은 상당히 자연스러운 일이니.. 하지만 내가 쓰러진 원인이었으며, 미안하면서도 동시에 원하고 있는.. 모순적인 대상이었기에 난 쉽게 웃으며 대할 수가 없었다. 창문에 몸을 기대고 있던 민호가 슬쩍 몸을 일으키며 날 바라보았다. 순간.. 내가 잘못 본 줄 알았다. 민호의 뒤로 보이는 노을이 너무 예뻐서 민호도 웃는 것 처럼 보인다고 생각 했다. 하지만, 민호가 날 보며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팔을 뻗는 순간 난 내 눈을 의심했다. 꿈일 것이다. 현실속에선 나에게 민호가 저렇게 미소를 지으며 팔을 뻗지 않으니깐.. 난 손을 올려서 볼을 세게 꼬집어 보았다. "아야.." 내 입에서 탄성 비슷한 소리가 새어나오자 민호가 짧게 웃었다. 그리고 입술을 열었다. "빨리와 형. 팔 아프다." "...흐윽.." 왜 바보같이 눈물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기쁜 순간에.. 난 쏟아지는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면서 민호에게로 한걸음씩 다가갔다. 약간은 머뭇거리며 아직도 팔을 뻗고있는 민호의 앞으로 도달하자, 민호가 내 머리를 팔로 감싸안아서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왜 머뭇거리는 거야.. 이 바보 형아." "흐으읍..흐으.." 결국엔 울음이 터져나오고 말았다. 내가 얼마나.. 얼마나 이 순간을 꿈꿔왔는데.. "왜.. 왜 이제서야.. 흐으윽.." 다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힘들게.. "미안.. 형이 너무 좋아서 그랬어." "..뭐?" "형이 매일 꿈꿔왔던거. 나도 사실 똑같이 바래왔던 거라고." "...미..민호야.." "그러니깐 뚝- 울지말고. 형이 그동안 꿈꿔왔던거, 나랑 하자." 노을을 등지고는 환한 미소를 짓고있는 민호가 보였다. 손을 뻗어서 민호의 얼굴에 대보았다. 손바닥 아래로 민호가 그대로 느껴졌다. 꿈과는 달랐다. 너무도 생생했으며, 훨씬 더 황홀했다. 이렇게 만지는 것만으로도.. 민호가 자신의 얼굴위에 있는 내 손을 감쌌다. 그리고 내 손을 떼어내서 자신의 목에 걸치게 했다. 자유로워진 민호의 손은 곧바로 내 붉어진 얼굴로 향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려, 날 창문에 기대게 했다. 등에 차가운 감촉의 창문이 닿아왔다. 마치 루시드드림에서 처럼.. 이제 노을이 온전히 민호의 눈동자에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노을 안에는 내가 담겨있었다. 붉게 물들어 있는 눈동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눈을 꼭 감자, 눈앞에 있던 눈동자가 사라졌다. 대신에 달콤한 무언가가 입술에 닿아왔다. 민호가 입술을 떼지 않고, 내 입술 위에서 속삭였다. "형.." "응..?" "사랑해." "..나도.." "꿈 속에서 말고. 진짜로." 그 말을 하고 민호의 입꼬리가 내 입술위에서 원을 그렸다. 나도 같이 기분좋게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난 너를 꿈꾼다. 내 안에 우리의 세계가 펼쳐진다. Lucid Dream fin.